Dream Network
2023년 08월 19일

있지요

있지요 연락이 없던 친구의 부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친구는 강릉 바다에 뿌려졌어요 유언장에는 제 이름을 남겼습니다 그 아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그 아이의 어머니가 보내신 부고 문자를 보았을 때 저는 믿기지 않아서 정말로 믿기지 않아서 손이 떨렸습니다 심장이 쿵쾅대서 숨을 쉬기가 어려웠습니다

있지요 하루아침에 엄마가 모든 기억을 잃었습니다 자신의 전화번호도 딸인 나의 전화번호도 남편의 전화번호도 자매들의 전화번호도 입속에서 중얼거리며 외우지만 계속해서 되물어봅니다 그게 누구였더라 이 번호는 누구 거더라 엄마의 입에서는 계속 나의 번호가 나왔습니다 그러면서도 나의 전화번호인 걸 기억하지 못하셨습니다 병원을 가는 와중에도 기억을 잃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저는 심장을 졸이며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결과가 괜찮기를 바라면서 심장만 졸였습니다

있지요 반년의 연인을 잃었습니다 그 사람과 나의 인력과 척력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정도의 과분한 사랑은 처음이라 저는 계속계속 울었습니다 붙잡고 싶었습니다 감정이라는 잔여 물질이 남아 있는 이별이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세 시간을 우는 내내 심장에 돌칼이 박힌 것 같았습니다 목구멍으로 숨도 잘 쉬지 못하고 컥컥거리며 울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잊을 수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있지요 느지막한 8월은 왜 이리 종말만을 말해 주는 걸까요 저는 이래서 여름이 무섭습니다 눅눅하고 끈적하고 습하고 물비린내가 나는 여름이 싫습니다 나에게 모든 작별과 슬픔을 선사하는 늦여름이 너무나 싫습니다

있지요
제가 하루라도 빨리 괜찮아지고 싶습니다



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