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Network
2023년 05월 11일

텔레토비의 주식

J와 헤어지는 꿈을 꿨다. 이 꿈을 꾸는 것은 두 번째다. 첫 번째 꿈은두 번째로 그의 집에 놀러 갔을 무렵 꾸었다. 그때는 아직 사귀지도 않았고 무지하게 어색한 사이였다. 난 버벅거리면서 내 옷를 걸다가 행거를 쓰러뜨렸다. 첫 번째 꿈에서는 아무것도 먹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토마토 수프인지 옥수수 수프인지 알 수 없는 주황색 무언가를 숟가락으로 휘저으면서 차근차근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현실의 J와 말투가 전혀 달랐다. 지난주에 전화 받았던 발레 학원의 실장과 똑같은 말투였다. 아 네, 그렇습니다. 아 네, 맞습니다. 풋 웃을 만큼 정중한 말투였다. 친절한 군인이거나 연민을 품고서 대출을 거절하는 은행원 같은 말투이기도 했다. 깨어나 보니 문자가 와 있었다. 내용은 "아침 뭐 먹었어?" 였다. 나도 모르겠다. 토마토 수프였는지 옥수수 수프였는지. 아니면 스파게티를 다 먹고 남은 소스였는지. 유튜브에서 본 고추장 스튜였는지.

나는 Y의 방으로 가서 내가 발레 학원에 다니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Y는 일을 하느라 버퍼링이 걸려서 한 6초 후에 "발레? 좋지." 하고 대답했다. 이제 J가 나오는 꿈은 꾸고 싶지 않았다. 현실에 있는 그 누구도 꿈에 나오면 반갑지 않다. 나의 무언가를 엿보고 있는 것 같아서 왠지 부끄럽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그 주황색 수프를 휘젓게 된다면 한 입 정도는 먹어보고 싶다. 어떤 맛인지 안 느껴지면 마주 앉은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이거 뭐야?" 혹은 "이거 옥수수야 토마토야? 색깔이 왜 이래?" 사실 나는 텔레토비가 먹는 음식 같다고 생각했다.



가루바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