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Network
2023년 05월 10일

나도 읽을래

이젤 위에 시집을 두고 읽었다. 캔버스처럼 하얀 표지의 시집을.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거리로 시집과 마주보며 나는 빼곡한 글씨를 읽어내렸다.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해?”
천진난만한 목소리에 동조하듯 나는 뒤 돌아 그를 보는 대신 목을 젖혀 거꾸로 그를 올려다봤다.
”시 읽어.”
“나도 읽을래.”
그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푸스스 웃고 말았다.



박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