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Network
2022년 03월 19일


까마귀 떼가 가득한 들판을 중심으로 이 꿈은 시작된다. 날아다니는 까마귀도 있지만 대부분 뛰어다니는 까마귀다. 뛰어다니는 것도 모자라 보라색 후드티를 입고 모자를 뒤집어쓴 채 하얀색 끈으로 리본을 묶은 까마귀들, 뛰어온다. 나와 인간 1이 서있는 쪽을 향해. 우리는 들판 한가운데에 서서. 그 광경을 본다. 인간 1은 현실에서 내가 잘 알고 있는 내 친구지만 꿈속에서 인간 1은 어쩐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 같다고 꿈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인간 1의 눈빛과 말투가 내가 알던 인간 1과 다르다. 인간 1이 말한다. 이제 더는 .... 을 믿지 않아. 꿈속에서 인간 1이 믿지 않는다고 말한 것, 그건 꿈밖에서 인간 1이 그 누구보다 믿는 것이었므로 꿈속에서 나는 중얼거린다, 그럴 리 없어. 뛰어오는 까마귀 떼를 바라보며, 나는 말한다. 너 인간 1이 아니구나? 이제 꿈속의 장소는 도서관이다. 마스크를 끼고 주황색 털 모자를 쓰고 검은색 패딩 점퍼를 입은 나는 도서관의 중앙 계단을 내려오다,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인간 2를 발견한다. 인간 2 역시 현실에서 내가 아는 인간 2와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내가 인간 2를 인간 2가 맞다고 믿고 인간 2를 붙잡자 인간 2의 얼굴이 현실에서 내가 아는 인간 2의 얼굴이 된다. 인간 2가 웃는다. 그러나 인간 2는 너무 바빴기 때문에, 자신은 빨리 가야 된다고 한다. 문득 몸이 후덥지근해진 나는 내가 옷을 너무 두껍게 입었다는 것을 깨닫고 모자와 패딩을 벗는다. 나는 하얀색 검은색 줄무늬 티와 검은색 스키니진을 입고 있다.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한다. 1층에서. 나는 인간 2를 기다리며 마스크를 벗는다. 인간 2가 1층에 내려온다. 내게 왜 마스크를 벗었냐고 묻는다. 그런데 그런 말 하고 있는 인간 2는 처음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나와 인간 2는 티격태격하며 도서관을 벗어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나는 인간 2가 반갑고, 이 시간이 좀 더 지속되길 바라지만, 인간 2는 점점 희미해지며 꿈이 곧 끝날 것을 암시한다. 나는 꿈에서 깨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꿈에서 깨버리고, 인간 2가 보고 싶어 다시 눈을 감는다. 그러자 인간 3이 등장한다. 이제 장소는 어느 펜션 안이다. 나와 인간 3은 함께 영화를 보기로 한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티브이가 필요했는데 이 펜션에는 티브이가 없었으므로 인간 3은 티브이를 홈쇼핑에서 시킨다. 티브이가 바로 도착한다. 나와 인간 3은 티브이를 천장에 붙여두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다 나는 잠에 빠지고 인간 3은 계속 영화를 본다. 잠에 빠진 나는 꿈속에서 다시 꿈을 꾼다. 꿈속의 꿈에서 나는 거리를 방황한다. 그러다 터미널 같은 곳을 지나가게 된다. 터미널,이라기 보다 사실 이제는 사람이 누구도 살지 않게 된 거리 같다, 고 생각 하던 그때 문득 모르는 사람 한 명이 등장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나는 묻는다. "바다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여기가 바다에요." 모르는 사람이 대답한다.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온 나는 새카만 바다와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매연 같은 것을 보고 바다를 벗어나기 위해 뛰기 시작한다. 뛰다가 새카만 해변과 그 해변에 누워 하늘에 스크린을 띄워 놓고 영화를 보고 있는 나와 인간 3을 마주친다. 그리고 꿈에서 깬다. 꿈속의 꿈이었으므로 꿈에서 깨도 아직 꿈속이다. 꿈에서 깬 내게 인간 3은 말한다. 영화가 끝났다고. 그러나 네가 아주 좋아할 만한 게 도착했다고. 나는 인간 3이 내민 소포를 받는다. 소포를 뜯으니, 대본집 하나가 등장한다. 유년 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만화의 대본집이. 나는 책을 편다. 전부 다 아는 이야기야, 중얼거리면서.



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