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Network
2021년 12월 15일

빠다코코낫

드림네트워크에 들어와서 Write 버튼을 누르면 화면 중앙에 검은 창이 생긴다. 이 검은 창을 나는 거울로 쓴다. 드림네트워크에 꿈일기를 쓰기 전에 머리를 빗거나 립스틱을 바르고 심지어는 눈썹을 그린 적도 있다.

나는 여기에 진짜 꾼 꿈만을 적고 있다. 조금 각색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요새 들어 더 많은 꿈을 꾼다. 거의 매일 같이 꿈을 꾸고, 실수로 잊어 버리지만 않는다면 매일 꿈일기를 쓰라고 해도 쓸 수 있을 정도다.

어쨌든…
어제 꾼 꿈에서 나는 투룸에 혼자 살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모르는 사이일 것 같은 친구가 내 집에서 옷을 갈아 입겠다고 했다.

그 친구는 거리공연을 하는 중이었다. 나를 보러 온 게 아니라 단순히 옷만 갈아 입으러 온 거였다.

나는 화가 나서 친구가 옷을 갈아 입으러 간 사이 창틀 언저리에서 키우던 허브 화분을 부수고 말았다. 그렇지만, 친구에게는 표를 내지 않았다.

그 허브 화분은 내가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거였다. 옷을 다 갈아 입은 친구가 떠나자 나는 그 친구가 나한테 한 행동, 그 별 것 아닌 사건보다 더 나쁜 짓을 스스로에게 저질렀다는 걸 알았다.

꿈에서 깬 후에도 나는 여전히 화가 가시지 않았고, 탁상 위에 가만 있던 빠다코코낫을 먹어치웠다.



파 L. 그라시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