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Network
2022년 06월 22일

크리스마스 리스

엘리베이터에서 오피스룩을 입은 사람과 싸우는 꿈을 꾸었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낚싯대를 문 바깥으로 드리우고, 문이 닫힌 후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동안 낚시를 했다.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 타고 있는데도 복도의 계단을 볼 수 있었고 오피스룩을 입은 사람은 나랑 같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양손을 들어 올리고 상체를 흔들면서 매우 조심스럽고 연약한 사람처럼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이상하고 나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낚싯대로 계단을 이상하게 뛰어다니는 그 사람을 낚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확인해 보니 낚싯대의 미끼를 문 것은 장식용 크리스마스 리스였다. 그건 호랑가시나무와 목화로 만들어져 있는 전형적인 물건이었다.

나는 이 일로 문책 당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혹시 크리스마스 리스가 좋지 않은 사례로 낙인 찍히면 어떻게 하지? 라는 불안도 있었다. 오피스룩을 입은 사람이 자꾸 내 불안을 자극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나한테 사원증에 적힌 이상한 것을 보여주며, 놀라운 사실을 확인시켰고(뭔지 잘 모르겠다. 혼자 승진을 했다거나 그런 것 같다) 층계에서는 계속해서 우스꽝스럽게 오르내리며 심지어 메롱까지 했다.

모든 과정이 일종의 싸움이었는데 나는 오피스룩을 입은 사람을 잊지 않고 있다가 중요한 때에 그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생각이 안 나지만, 나는 엘리베이터를 나가면 오피스룩을 입은 사람 따위는 어떤 이유로 나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현실의 우리집 부엌에 진짜 있었던, 하얗고 바스락거리는 봉투에 든 콩나물을 반복해서 내다 버리는 꿈도 같이 꾸었다. 이때 나는 여름이라 음식이 빨리 상한다는 정보를, 남들은 모르는 사실을 나 혼자만 알아낸 것처럼 다루었다. 상한 콩나물로 인하여 알아낸 정보였다.



보이차의 나라